몇 해 전 지인에게 느티나무 원목을 선물 받았다.
제법 근사한 좌탁으로 쓰일 법한 사이즈의 나무는 세월만큼 훌륭한 나이테를 자랑했다.
저만큼의 나무면 이런 정도의 사연이 담겨 있겠지.
어느 날 오래된 땅에 느티나무 씨앗이 심어졌다.
그 땅은 여러 해를 거쳤고 가뭄과 비와 찬 바람과 눈을 맞았다.
씨앗은 묘목이 되고, 시간을 더듬어 오래된 고목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는 번개를 맞아 줄기가 갈라졌고 점차 생명을 잃었다.
어떤 사람이 그 고목을 잘랐다.
나이 든 고목은 그 세월만큼 여러 개의 통판이 되었다.
여러 사람이 예쁘다, 멋지다고 말하며 각자 나무를 가져갔다.
가져간 사람에 따라 고목은 여러 용도로 제 쓸모를 찾아갔다.
나는 선물로 받은 나무의 결을 쓰다듬으며 그 쓸모를 얻기까지 거쳐 왔을,
실로 오래된 축적의 시간과 양을 생각했다.
우리 나이로 쉰아홉. 여러 사람이 부러워하는 빈센트의 쓸모를 지켜보며 문득 그때 그 느티나무가 떠올랐다.
나이 든다고 다들 쓸모 있게 사는 것은 아니다.
한 나무의 쓸모가 오랜 세월을 버틴 덕이라면, 한 인간의 쓸모는 어디에서 비롯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