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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입춘, 내 옆에 사는 기묘한 사람들

1with 2019. 2. 5. 01:00


★ 경기 가평 뾰루봉(709.7m) ★  다음 이미지 발췌



2월 입춘立春 아침, 참 오랜만에 신청평대교,

청평댐 동남쪽 방향에 우뚝 선 뾰루봉(709.7m)에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 “산은 옛 산 그대로이나 인걸人傑은 간데없다” 는 옛말을 실감하였다.


뾰루봉 정상에 이르니 어떤 사람이 부인이 싸주었다는 도시락을 혼자 먹고 있었다.

그 분아침 새벽에 집을 나서서 경춘선 지하철로 청평역에 도착,

시외버스로 뾰루봉 산 밑에서 하차하여 산에 올라왔다고 한다.


아주 단단한 몸집에 붙임성 좋은 전라남도 함평 출신의 56세 남성분

“나는 월곡동에 산다. 직업이 실내 인테리어 장식 목수인데 요즈음 일이 없다.

전에는 일 맡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일당日當을 벌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아이들도 다 키웠고, 빚도 없는데 굳이 이리저리 일을 찾아
기웃거리는 것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이 생기면 일하고, 일 없으면 이렇게 혼자 산에 오른 것이 5~6년쯤 되었다.

나는 저녁밥 먹다가도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숟가락 놓고 야간열차 타고 산에 간다.

산에 가서 하루 종일 산과 나무와 이야기하며 천천히 거북이 산행을 한다” 고 한다.


2월 어느날 아침, 나와 친구 둘, 셋이 중앙선 운길산역 아래 차를 주차시키고
운길산雲吉山(610m)에 올랐다.

중앙선 지하철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서 등산객이 제법 많았다.


수종사水鐘寺에 이르니 친구 왈 “나는 오늘 여기까지가 내 몸에 딱 맞으니 그만 올라가겠다”라고 한다.

“뭐? 아니. 이제 1km만 더 올라가면 정상인데 왜 그래?” 하였으나,

“내 몸에는 여기까지가 딱”이라며 한사코 사양한다.

래서 나와 나머지 친구와 운길산 정상에 올라 북향 하여 오르고, 1시간 30분쯤 후 하산하여 보니

먼저 내려온 친구는 수종사 담 아래 낙엽더미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참 기묘한 사람 둘을 만났다.

더 이상 일을 찾아 조바심 내지 아니하고, 한가하게 거북이 산행을 즐기는 월곡동 남성분,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인데 내 몸에는 요정도가 딱이라며 자기 몸의 분수를 칼 같이 지키는 친구.


우리 같이 보통 사람들은 좋은 기술 가지고 조금 신경 써서 돈을 벌려고 한다.

또 조금 무리해서라도 정상까지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달랐다.

멀리 아닌 바로 내 곁에 참으로 기묘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