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어머니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수놓은 병풍이다.
친정집 침실 한편에 평소엔 장식으로
요즘 같은 날씨엔 외풍막이로 늘 자리하고 있다.
엊그제 갔다가 유심히 들여다보니 세월 따라 많이 늙었다.
고운 비단 이미 빛바랜 지 오래지만
내 기억 속 그날은 또렷하기만 하다.
어머니께서 오랜 시간 공들인
저 병풍 수가 완성되는 날 저녁
아버지께서 비파를 사 오셨다.
그때 그 비파 맛의 기억은 없지만
어머니가 비파를 수를 완성한 기념으로
세심하게도 비파를 사 오셔서
함께 완성의 기쁨을 나누려 한 아버지의 자상함,
아내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