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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사는 방법

1with 2019. 3. 18. 01:00





친구의 집을 갔다.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하여 냉장고를 연다.

노란 고무줄로 친친 동여맨 비닐봉지 김치밖에 없는 냉장고에,

플라스틱 통 두 개가 있다.

피클을 담그던 날,

내가 싸준 김치와 젓갈이다.

아침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햇반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단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세탁을 하러 가기로 한다.

겨울 내내 덮었던 이불과 시트, 옷장에 아무렇게나 쌓인 옷가지들을

세탁 주머니 두 개에 쑤셔 넣고 집을 나선다.

해가 저물고부터 어디선가 비 냄새가 난다.

올 겨울은 가뭄이다.

큰길에 있는 오피스텔 지하 아케이드로 내려가면 동전 빨래방이 있다.

휴일 오후라서 빨래방은 제법 분주하다.

동전을 넣고 스위치를 넣은 다음,

휴게실 벤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떤다.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며,

대부분 나이로비에서 일정을 시작한다.

휴대폰에 찍힌 나이로비 사진을 보니, 아프리카에서는 제법 발전된 모습이다.


내 친구는 아직 미혼이다.

그러나 돈을 집에다, 옷에다, 보석에다 투자하는 일은 없다.

어느 나라를 갈지 정해지면 일을 시작하고 그 돈이 모이면 회사든 일이든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

그 삶이 벌써 40년째다.

지구 세 바퀴 돌았단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도 끝도 없다.

재미가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