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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의 돌담길

1with 2019. 4. 11. 01:00



덕수궁 돌담길 / 진송남  다음 이미지 발췌



한때 정동길은 연인들에게 이별의 기리었다.

덕수궁 돌담을 따라 걸으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말이 있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건만,

모든 연인의 애틋함은 그리 조바심을 낸다.

1980년대까지 가정법원이 자리했던 탓이다.

이혼을 하러 가거나 이혼을 한 부부가 어김없이 덕수궁 돌담길을 지났다.

하지만 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긴 후에도 애잔한 이별의 전설은 변함이 없다.

정동이 간직한 연정의 분위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정동은 이별이 아닌 사랑의 거리다.

그 고운 감정은 시대를 넘어 차곡차곡 돌담처럼 쌓였다.

행여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먼저 가슴앓이한다.


정동 貞洞이란 이름에 숨은 사연도 애틋하다.

성북구에 자리한 정릉은 본래 지금의 정동에 있었다.

정릉貞 은 태조 이성계의 부인인 신덕왕후 강 씨의 무덤이다.

태조는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에 대한 사랑이 컸다.

그녀가 죽은 후 근거리에 능을 두고 흥천사라는 사찰까지 지어 그 죽음을 애도했다.

하지만 첫 번째 부인의 아들인 태종 이방원이 즉위하자

신덕왕후의 능을 도성 밖으로 이장했다.

능의 석재들은 광릉교 복구에 사용해 처절하게 짓밟히도록 했다.

그러니 죽은 자들의 정한이 오죽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