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1
“나의 생은 헛돈 게 아닌가 하니,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스스로에게 그 빚을 갚고자 한다.
지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데 온 힘을 다함으로써,
그간의 공부를 <심경>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아, 능히 실천할 수 있을까!” - 다산 정약용
“나는 <심경>을 얻은 뒤에 비로소 마음을 공부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공부에 뜻을 두고 일어서 평생 분발할 수 있는 힘은 이 책에서 나왔다.
나는 평생 이 책을 높이며 사서삼경의 밑에 두지 않았다.” -퇴계 이황
<심경心經>은 이름 그대로 ‘마음’에 대해 다룬 유교 경전이다.
편찬자는 중국 송 시대 학자인 진덕수로,
사서삼경을 비롯해 동양 고전들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정수를
엄선해 엮은 다음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진덕수의 대표작으로는 흔히 <대학연의>가 꼽힌다.
<대학연의>는 황제에게 통치철학을 간하는 내용으로,
조선 건국 당시 국가를 설계하는 데 바탕이 된 책이다.
제왕학의 교과서로 꼽히기에 양녕대군은 억지로 읽어야 했으며,
충녕대군(훗날 세종)은 몰래 백 번 이상 읽었던 책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진덕수가 <대학연의>의 대척점에 놓고서
선비들을 위해 정리한 책이 바로 <심경>이다.
퇴계는 서른 무렵 이 책을 접한 다음 마지막 순간까지 매일 새벽마다 읽었다.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방대한 학문체계를 정리하며 <심경>을 공부의 마지막 경지로 여겼다.
조선은 책이 지배한 시대였다.
그런 조선의 책을 단 한 권으로 요약하자면 바로 <심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퇴계와 다산을 비롯한 선비들은 학문의
마지막 과정으로 다른 무엇도 아닌 ‘마음’을 선택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