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도망가는 꿈과 파란 눈두덩이 여자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감힘을 썼다.
꿈이라고는 해도 반은 깨어있고, 반은 잠든 채였으므로
그것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의 잔상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이미지가 공간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음파와도 같은 새로운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소리였다.
미리 내려놓은 에스프레소가 무슨 맛이 있겠어? 버려야 해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정말 그래?
나는 새벽에 일어나 기도회 참석하고, 도시락 싸고 또 잔 것이다.
그 잠시의 잠이 나를 괴롭혔다.
해는 중천에 떠있고, 어느 순간 나는 일어나 있었다.
침대에 앉은 채로, 시간여행이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의 타협점을 찾고 있었다.
방안의 모든 것이 흔들렸다.
갑자기 흔들림이 멈추고, 벌떡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일으켰다.
거실로 나오니 모두 출근하고 도서관 가고 없다.
허탈함에 커피 한 잔을 더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