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수프를 끓인다.
수프 한 그릇을 떠서 시어머니 앞에 놓아 드린다.
양손잡이 그릇에 연둣빛의 걸쭉한 수프가 담겨 놓였다.
차가운 몸을 녹여주는 따스한 맛이 날 것이다.
어머닌 수프를 다 드시고는, 어린아이처럼 손등으로 입을 닦으신다.
난 로열 커피 한 잔 하러 주방으로 간다.
몸살에 좋은 커피다.
어떤 믿는 분은 몸살 났다고 술을 먹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쩐지 나는 몸살 난 다음 이 커피를 마신다면 확 낫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드리퍼에서 커피를 뽑은 다음,
받침이 있는 영국풍의 사기 잔에 따랐다.
고리가 묘한 스푼을 잔에 걸쳐 놓고, 각설탕을 한 개 얹었다.
따뜻한 브랜디를 천천히 각설탕에 따른 다음,
성냥으로 스푼에 고인 브랜디에 불을 붙였다.
경탄하면서 그 작은 불꽃을 바라보았다.
분명 사라지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한 번 태어난 것으로 충분한 그런 아름다움.
불꽃이 서서히 꺼지자 스푼을 커피에 담그고 저었다.
일 년에 딱 한 번 걸리고 나면 마시는 커피다.
커피는 달고 쓰다.
그리고 몸살은 한숨 자고 나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