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해서 집에 들어와서 시어머님 방을 보니 기도 중이시다.
남편 서재를 노크해볼까 한참을 망설였다.
서재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왠지 방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나는 별 도움을 못주는 존재라는 생각에 가슴이 쓰라렸다.
어쩌면, 나는 남편에게서 엄마와 같은 따뜻한 위안 같은 것을
줄곧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어리석은 바람인가.
남편도 피곤하고 힘들 터인데, 게다가 아이도 낳아본 적 없는 남자인 것을,
나는 고립된 외톨이고, 남편은 자기 세계의 주인공이다.
나는 어리석고, 남편은 모든 걸 다 안다.
날카롭고 뜨거운 감정이 가슴을 엔다.
도저히 구원받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롭고 오늘따라 두통이 심했다.
이내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직도 내가 외출 중인 줄 아나보다.
<언제 와? 밥은 먹었어? 올 때 연락해. 마중 나갈게.>
이내 울컥한다.
역시 남편은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