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서른, 남자 나이 서른셋 짧은 연애를 할 때다. 같은 사무실에서 만났으니까 누가 늦든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했다. 내가 타는 버스는 화곡동까지 가는 588, 회차지점이 조계사 앞이었다. 버스정류장 앞에는 어묵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헤어짐이 아쉬워 조금 더, 다음 차로... 그러다 보면 막차 시간이 다가오고. 저녁 내내 쫄아 붙은 포장마차 어묵 국물은 소태였지.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하는구나 연인들은, 그때 알았다. 까마득히 잊었던 588 종점 앞 짜디 짠 포장마차 어묵 국물이 어째서 뜬끔없이 생각났을까. 그것도 자다 깨서. 인생의 황혼 녁이다. 늙으니까 같이 자는 것도 불편해 진즉 각 방을 쓰는 지금. 그 옛날엔 헤어지기 싫어 결혼하고 이젠 늙은 우리는 홀로 사무칠 외로움에 이별이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