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요란하게 소리 내며 홈통을 따라 내려간다. 여기저기 부딪치며 우당탕탕 서두르는 모양새가 보일 것만 같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확인한 시간은 채 세 시가 안 되었다. 빗소리 들으며 잠을 더 잘까 일어날까 뭐하지 뒤척이다 어제 읽고만 영친왕 전기집을 마저 읽기로, 아님 며칠 째 끄적이던 글을 마무리하기로... 그러다 한창인 수국들이 빗물로 머리가 무겁겠다고, 피기 시작한 수국이 운이 없다고 이런저런 요량들이 빗물처럼 춤을 춘다. 문뜩 어제 먹다 남은 수박 큐브가 생각나서 이 새벽에 글라스 팩을 꺼내 든다. 한두 점 먹겠거니 생각했지만, 작은 통 하나를 삭 비우곤 포크를 내려놓았다. 새벽 식성이 이렇게 좋다니, 놀랍다. 불 켜진 후 시간을 보니, 6시를 가리킨다. 이제 아침밥 할 시간이다.